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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늘봄학교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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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4-01-16 04:38 조회5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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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401142009025

 

 

2023년 신입생이 없는 학교가 160개였다. 2000년도 전국 초중고교의 학생 수는 800만명이었지만 2023년에는 528만명으로 줄었다. 한편 우리나라는 내국세의 20.79%를 전국 시도교육청 17곳에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자동 배정하고 있다. 세수가 늘수록 교부금의 규모도 커지고 있으나, 학생 수가 급감하며 돈이 남아돈다. 2022년 이 교부금의 규모는 76조원이었지만 다 못 쓰고 2023년으로 넘어온 예산이 7조5000억원이다. 세금의 무려 5분의 1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교육에 들이붓는 이유는 교육이 나라의 미래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2022년 5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국가교육책임제 강화 방안으로 초등전일제학교를 발표했고 그 이행을 위해 교육부는 2023년 1월 늘봄학교를 발표했다. 교사 연간 수업시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하위 5위 안에 드는 우리나라의 부족한 정규 수업시간을 보완하기 위한 오후돌봄뿐 아니라 아침돌봄과 틈새돌봄, 일시돌봄도 담았다. 

향후 전국 시행을 준비하기 위하여 2023년 시행된 늘봄학교 시범사업을 마무리하면서, 교육부는 이달 초 초등학교 예비 학부모를 대상으로 늘봄학교 관련 기초 조사를 시작했다. 이를 두고 교원들의 반발이 빗발쳤다. 전교조는 지난해 9월부터 총 4차례 ‘늘봄 저지 전국교사결의대회’를 열고 늘봄교육 폐지를 주장했다. 교사노조연맹도 지난해 11월 국회 앞에서 늘봄학교 철회 기자회견을 열었다. ‘학교는 교육을 하는 곳이지 돌봄을 하는 곳이 아니다’ 또는 ‘아동을 학교에 계속 두는 늘봄학교는 아동학대다’라는 주장이다. 

온라인으로 쉽게 전 교과목 강의를 무료로 볼 수 있는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학교가 존재하는 이유는 교육의 돌봄적 기능 때문이다. 상호작용을 통한 배움과 안전한 관계맺기를 기반으로 하는 학교라는 공동체에서 교육과 돌봄을 기계적으로 나누는 것은 불가능하며, 돌보는 교육은 초저출생과 지방소멸의 이 시대에 교육이 나아갈 방향이기도 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학교 정규수업 후 공적돌봄체계를 몇개 운영 중이다. 교육부는 초등돌봄교실을, 보건복지부는 학교돌봄터, 다함께돌봄센터, 지역아동센터를 맡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를 담당한다. 이 중 가장 인기가 높고 이용률이 많은 것이 교육부 초등돌봄교실이다. 

온종일 돌봄수요조사에서 공적돌봄을 희망하는 초등학생 가정은 50%에 육박하는데, 그중 80% 이상이 초등돌봄교실 이용을 원한다고 답변했다. 학생 수는 줄어들어도 돌봄수요는 나날이 증가 중이나, 전체 초등학생 중 공적돌봄체계를 하나라도 이용하는 아동의 비율은 겨우 15% 내외이다. 

2023년 1학기 6개월간 5개 지역 교육청이 참여하여 특별교부금 600억원으로 시범 운영된 늘봄학교는 약 6000명의 아동이 이용하였는데, 대부분 학교 내 기존 인력으로 운영되었다. 돌봄전담사를 채용한 학교는 거의 없었다. 교내인력만으로 운영이 힘든 경우에는 단시간 일자리나 외부업체 위탁도 동원되었다. 돌봄의 질은 결국 사람에게 달려 있기에 자원봉사자나 임시직 시간제 일자리로는 당연히 양질의 돌봄이 제공되기 어렵다.

그래서 늘봄학교의 성공은 안정적으로 학교 내 아동복지를 실현할 역량을 갖춘 전일제 전담사 확충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과후 수업과의 혼란이나 공간 부족을 둘러싼 잡음 등 해결할 실무가 산적해 있기에 안정적으로 이 업무에 집중할 사람이 필요하다. 제대로 된 처우를 받는 전담사가 조정과 결정의 권한을 가져야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게 꼬여 있는 실타래를 풀 수 있다. 

시간만 늘리는 성과 중심의 운영은 용두사미로 제도의 수명을 단축시킨다. 이제 막 시작한 교육을 통한 사회적 돌봄의 큰 걸음이 계속 이어지도록 시행 초반부터 섬세한 보완이 절실하다.